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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6 20:26
우려스러운 바이오산업 규제완화
 글쓴이 : 관리자    


우려스러운 바이오산업 규제완화

- 줄기세포 치료제를 중심으로

                                   

                                       최규진(의사,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이 포함되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면 각 주체별, 시대별로 사용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정부에서 사용한 바이오산업에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핵심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5월 18일에 발표한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과 지원으로 바이오 7대 강국 도약”을 보면 “바이오헬스케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주되게 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등과 관련 산업을 기술하고 있다. 참고로 삼성은 이 바이오헬스케어 중에서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에 주력하고 있다.

출동! 바이오 용사
어렸을 적 내가 가장 좋아한 만화는 ‘출동! 바이오 용사’였다. 줄거리는 당시 여느 만화가 그렇듯 한 줄이면 족하다. 6명의 바이오 용사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당(스캐럽)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그러나 나는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단 한 편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방영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이 초능력을 증폭시키기 위해 손을 잡고 '바이오 연결!'을 외칠 때면 나도 함께 팔을 뻗어 TV속 그들과 함께 했다. 그렇게 어릴 적 나에게 ‘바이오’라는 말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놀라운 힘’으로 여겨졌다.

‘바이오’라는 위험한 환상
‘바이오’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놀라운 힘’이라는 생각은 어린 아이들만의 것은 아닌 듯했다. 2005년 대한민국은 황우석이라는 ‘바이오 용사’를 영접했고, 그의 ‘초능력’에 열광했다. 다행히 몇몇 용기 있는 방송인들과 양심 있는 지식인들 덕분에 우리는 겨우 ‘바이오’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제대로 된 비판과 반성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치스럽고 아프더라도 제대로 된 비판과 반성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이를 통해 피해 입은 환자들과 성실한 연구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을 뿐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정비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황우석 사태에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보수‧진보 언론인들, 그리고 내로라하는 학자들까지 놀아난 터라 나설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출처 : pixabay>


바이오 거품을 조장한 이명박 정부
새롭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비를 기대했으나 정비는커녕 거품을 다시 조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 9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너무 보수적으로 하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다”며 식약처에 바이오 업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내놓으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후 식약처는 진짜 “남들보다 앞서” 과감하게 줄기세포 치료제 시판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에서조차 감히 못했던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3종이 허가를 받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1종이 추가됐다. 전 세계에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 7종 가운데 4종이 메이드인 코리아가 된 것이다. 진정 의미 있는 성과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한국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허술한 검증으로 승인된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한국, 동료심사 자료 적은데도 줄기세포 치료 허용’, 네이처메디신 2012년 18권 3호). 실제 한국에서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외국에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판 키우려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부터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규제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그리고 식약처장에서 국회로 진출한 김승희의원 발의로 2016년 6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조치가 포함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이 법안의 골자는 간단히 말해 줄기세포 치료제의 “(지정)병원 내 신속적용”이다. 유효성은 상관없이 기초적인 안전성만 확보되면 지정된 병원에서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팔아도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성 심의조차도 생략할 수 있다(10조 2항). 게다가 뒤탈이 우려돼서 인지 관리감독의 주체를 단계별로 6개의 기관에 분산시켜 책임소재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놓았다. 개발자와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의무로 규정해 놓았지만, 필수적인 장기추적 조사에 대해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할 수 있다”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병원 내 신속적용제도”
유럽에서도 “병원 내 신속적용제도”(Hospital Exemption)는 이미 10여 년간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의 기준은 엄격해 10여 년 동안 20여 건밖에 허가되지 않았다. 그나마 허용된 제품들도 이미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근거가 비교적 확보된 연골세포 이식술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2014년 유럽연합(EU)은 이 제도에 대한 평가서를 발표하면서 첫째, 적절한 임상시험 없이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투여할 경우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 둘째,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정보가 지정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 셋째, 기업들이 까다로운 정규 시판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단하게 병원과 계약을 맺어 수익을 창출하는 경로가 생기므로 오히려 올바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바이오’를 더럽히지 말아야
정부는 일본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위기의식을 조장하며 “병원 내 신속적용제도”를 밀어붙이려고 하지만 일본이 이를 시행한다고 해서 우리가 덥석 따라할 상황은 아니다. 황우석 사태로 한국의 ‘바이오’가 나락에 떨어질 동안 차분히 역전화줄기세포(iPS)를 만들어 노벨상 수상은 물론 믿고 찾는 ‘바이오’ 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이다(물론 일본의 제도도 문제가 많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런 아픈 과거를 반성적으로 평가하며 세밀한 정비를 해야 한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2012년 또다시 줄기세포 연구 조작이 발생했다. 바이오벤처는 어떠한가? RNL바이오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법망을 피해 2만 명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시술하고 결국 시술을 받은 2명이 사망하고 나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RNL바이오가 2011년에 부실 회계 무마를 위해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에게 5억 원을 건넸고,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비서관에게도 로비를 했다고 한다(그리고 이 사건으로 김종률 전 의원은 자살까지 했다). 이 기업은 이름을 바꿔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정도도 제대로 정리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규제완화를 논할 때인가? 환자들은 물론 성실한 연구자와 경쟁력 있는 바이오 벤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바이오’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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